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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위기를 넘어 국가의 미래를 이끄는 혁신의 중심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길을 열겠다. 그리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그 여정의 연결과 조정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
이기정 한양대학교 총장이 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제30대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이 신임 회장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6년 회장 이·취임식 및 정기총회’에서 오늘의 취임이 선언이 아닌 약속임을 분명히 하며,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위기를 직시하고 구체적인 실행 의지를 천명했다.
이날 이 신임 회장은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의 근간을 흔들고 있으며, 재정 여건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등록금 문제는 대학의 지속가능성과 학생 부담이라는 두 가치가 첨예하게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고, 지역은 인재 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AI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까지 더해지며 대학은 교육과 연구의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신임 회장은 “대학은 언제나 위기 속에서 해법을 찾아왔다”며 “대교협은 단순한 협의 기구를 넘어 고등교육 개혁을 위한 공동의 판단과 실행의 플랫폼으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이 신임 회장은 임기 중 최우선으로 추진할 6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이 신임 회장은 고등교육 재정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현행 단기 사업 위주의 재정 구조로는 대학의 중장기적 혁신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고등교육 재정은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정부·국회와의 논의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도 갈등의 대상이 아닌, 교육의 질 제고와 합리적 비용 분담을 함께 모색하는 생산적 논의의 틀로 전환한다.
또한 고등교육 정책의 일관성과 추진 체계를 바로 세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이 촘촘히 협의하는 구조를 마련하고, 정책이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는지 함께 점검할 계획이다. 대교협이 데이터와 근거에 기반해 대안을 함께 설계하는 정책 파트너로 거듭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규제 합리화와 대학의 자율·책무를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혁신을 가로막는 획일적 규정과 평가를 점검·개선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대학 스스로 교육과 연구의 질을 관리하고 성과를 입증하는 책임 있는 자율 모델을 정교화해 사회적 신뢰도 함께 높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AI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연구 혁신의 공통 기반도 구축한다. 각 대학이 각자도생하는 구조가 아닌, 공통 인프라 위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AI의 책임 있는 활용을 위한 교육 모델과 윤리 기준을 정립하고, 이를 사회와 투명하게 소통하는 체계를 갖춰 나갈 예정이다.
수도권과 지역, 국립과 사립이 상생하는 고등교육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공동 교육과정, 학점 교류, 산학협력 컨소시엄 등 공유와 연합의 모델을 확산시키고, 지역 인재 유출 문제를 대학 혼자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 전체의 과제로 연결해 공생 방식을 함께 설계해 나갈 계획이다. 대교협은 지자체·기업·대학을 잇는 조정자이자 허브 역할을 맡는다.
국제화의 방향은 ‘유치’에서 ‘정착과 성공’으로 전환한다. 공동 교육과정과 공동학위 등 실질적인 국제 협력도 꾸준히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신임 회장은 “외국인 유학생을 단순한 숫자가 아닌 한국 고등교육의 소중한 동반자다. 교육의 질 관리와 학습·생활·진로 지원이 함께 작동하도록 정책과 협력을 정교하게 설계하겠다”며 “개혁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불편한 질문도 피하지 않겠다. 필요한 논의는 시작하고, 가능한 해법은 끝까지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신임 회장은 한양대 영어영문학과 학사 및 석사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학교에서 언어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한양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23년부터 한양대 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과 출제위원장, World Congress of Scholars of English Linguistics 조직위원장, Asia Pacific Associasion for International Education 이사 및 부회장, 한양대 국제화위원장, 교육부 국제화 인증위원회 위원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 및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International Student Exchange Program 이사, 해군발전자문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기는 2026년 3월 1일부터 2028년 2월 29일까지 2년이다.
신임 회장단에는 최재원 부산대 총장, 전민현 인제대 총장, 정태주 국립경국대 총장이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한편, 이날 ‘2026년 회장 이·취임식 및 정기총회’에는 전국 196개 일반대학 가운데 129개교 총장이 참석했다. 행사는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의 축사, 최교진 교육부장관의 영상축사가 이어졌다.
이후에는 양오봉 전 대교협 회장(전북대 총장)과 부회장직을 맡았던 변창훈 대구한의대 총장, 임경호 국립공주대 총장의 이임식이 진행됐다.
양오봉 전 회장은 이임 인사에서 “취임 당시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향한 열망을 담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의 연장, 대학의 자율적 등록금 책정, RISE 사업의 안착을 약속한 바 있다”며 “결코 녹록지 않은 길이었으나 정부 및 국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끈기 있게 설득해 특별회계를 5년 연장하고, 등록금 책정도 개별 대학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자율적 선택을 내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RISE 사업 역시 지역 혁신의 마중물로서 전국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함께였기에 해낼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양 전 회장은 “국가 균형 성장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되는 데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었던 것도 큰 자부심이자 보람이었다”며 “총장님들께서 전해주신 고충과 혜안, 의견들이 오늘의 성과를 만드는 동력이 됐다. 대교협을 중심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권과 교육 당국도 대교협이 대학 발전의 진정한 구심체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변함없는 신뢰와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출처 :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