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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절벽 앞에서 대학들이 ‘급간’과 ‘학제’의 벽을 허무는 파격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일반대와 전문대가 합쳐지는 이른바 ‘메가 통합 대학’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한 대학교 내 4년제와 2년제 동거가 대학가의 새로운 표준(뉴노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을 기폭제로 시작된 이 같은 흐름은 이미 현실이 됐다. 국립안동대학교와 경북도립대학교가 통합한 국립경국대학교가 지난해 정식 출범하며 신호탄을 쐈고, 이어 국립목포대-전남도립대, 국립창원대-경남도립거창·남해대, 원광대-원광보건대 등이 통합 후 하나 된 학사체제를 가동했거나 출범을 목전에 두고 있다.
■ ‘학위의 벽’ 허문 이색 학제…일반대 내 ‘전문학사’ 트랙 운영 = 가장 큰 변화는 학제적 특징에서 나타난다. 통합 대학들은 기존 일반대의 ‘4년제 학사 학위’와 전문대의 ‘2~3년제 전문학사 학위’를 한 대학 안에서 동시에 운영하게 된다.
이미 통합을 완료한 국립경국대의 경우, 기존 안동대의 일반 학과들과 함께 경북도립대에서 이어받은 실용 중심의 전문학사 과정을 함께 운영한다. 특히 지역 전략 산업에 특화된 학과들의 경우, 2년 과정의 전문학사를 취득한 후 곧바로 동일 대학 내 4년제 학사 과정으로 편입하거나 전공심화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연계 교육 모델’을 구축 중이다.
원광대학교와 원광보건대학교의 통합 사례 역시 주목받고 있다. 사립대 간 통합인 이들은 보건·의료 분야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문학사 과정과 학사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생애주기별 직업교육’ 체제를 설계하고 있다. 4년제 대학 타이틀을 유지하면서도 전문대의 강점인 ‘자격증·취업’ 중심 교육과정을 유지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 유사·중복 학과 통폐합 ‘난항’…“이름만 통합 넘어 질적 융합이 핵심” = 학제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유사·중복 학과의 처리다. 일반대와 전문대가 통합할 경우 간호, 보건, 사회복지, 경영 등 양측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학과들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통합 대학들은 대부분 ‘1대학 1학과’ 원칙을 내세우며 대대적인 구조개편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국립창원대와 경남도립거창·남해대의 통합 과정에서는 각 캠퍼스별로 특화 분야를 지정하고, 중복 학과는 지역 산업 수요에 맞춰 재편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창원은 방산·원전 연구 중심, 도립대는 현장 실무 인력 양성 거점으로 기능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교수진의 처우 문제, 학생들의 소속감 차이, 그리고 교육과정의 깊이 조절 등을 둘러싼 내부 진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학가 관계자는 “단순히 2년제를 4년제로 승격시키거나 물리적으로 합치는 것만으로는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며 “일반대의 이론적 깊이와 전문대의 실무적 기동성을 어떻게 화학적으로 결합하느냐가 통합 대학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전문대 소멸 우려 속 ‘고등직업교육’ 정체성 지키기 숙제 = 일각에서는 일반대 위주의 통합이 지역 직업교육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전문대가 일반대 내부의 ‘전문학사 과정’으로 흡수될 경우,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기능인력을 양성하던 전문대 특유의 색깔이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립목포대와 전남도립대는 통합 후에도 전문학사 과정을 별도의 ‘기술 전문 캠퍼스’로 특화해 직업교육의 전문성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역 산업체가 요구하는 단기 직업교육 수요에 대응하면서도, 일반대의 연구 역량을 지원받아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글로컬대학 이후 본격화된 ‘일반대+전문대’ 통합 대학들의 성패는 학제 간 이동의 유연성에 달려 있다”며 “2년제를 나온 학생이 해당 대학의 4년제 과정을 자유롭게 이수할 수 있는 ‘통합 학사 시스템’을 얼마나 완성도 있게 구축하느냐가 고등교육 혁신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글로컬대학30이라는 파고가 만든 ‘한 지붕 두 학제’ 실험이 한국 대학의 고질적인 학력 칸막이를 허물고 지역 인재 양성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