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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net zero, 넷제로)을 달성하면 기후 위기가 종식될까. 학계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탄소중립은 추가적인 온난화를 억제할 뿐 이미 누적된 기후 변화와 불확실성을 없애주지는 못한다는 게 과학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3일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인위적 이산화탄소 배출과 인위적 제거가 일정 기간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배출이 있더라도 흡수·제거로 상쇄되면 탄소중립 상태로 보겠다는 뜻이다. ‘배출 0’이나 ‘온난화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는 것이다.
IPCC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멈추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0에 가까워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배출이 급격히 줄어들더라도 기온 변화는 단기적으로 오르내림을 반복할 수 있다. 자연적인 대기·해양 변동성이 남아 있고 메탄(CH₄) 등 비이산화탄소 온실가스의 영향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IPCC가 탄소중립 달성 시점 이후에도 일정 기간 기후 변동성은 계속될 수 있다고 한 것도 이 이유에서다.
특히 해양과 해수면은 기후 시스템 중에서도 반응 속도가 느린 영역으로 꼽힌다. 바다에 축적된 열은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에 걸쳐 방출되기 때문이다. 해수면 상승도 장기적인 관성을 갖는다. IPCC는 온난화를 제한하더라도 해수면 상승 등 일부 변화는 수 세기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IPCC는 21세기 동안 대서양 해양 순환(AMOC)이 약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2100년 이전 급격한 붕괴 가능성은 낮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AMOC는 적도에서 고위도로 열과 염분을 운반하며 전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기후 변화의 대표적인 티핑포인트(Tipping Poin, 이전으로 돌아올 수 없는 ‘임계점’)로 분류된다.
하지만 최근 국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산화탄소 농도를 안정화하는 기후 완화에 성공하더라도 AMOC가 반드시 회복 경로로 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탄소 농도 조건에서도 일부 시뮬레이션에서는 해양 순환이 회복됐지만, 다른 경우에는 수 세기에 걸친 붕괴 상태로 접어드는 경로 분기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종성 교수 연구팀은 기후 시스템 내부의 변동성이 차이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양 순환이 임계점 근처에 도달한 상태에서는 대기 내부의 작은 확률적 변동, 이른바 ‘확률적 노이즈’가 누적되면서 순환을 붕괴 방향으로 밀어낼 수 있다. 특히 북대서양 상공의 지속적인 고기압 이상 등 내부 패턴이 붕괴의 촉발자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종성 서울대 교수는 이날 본지에 “배출을 줄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안정화하더라도 이미 임계점 근처에 놓인 기후 시스템은 내부 요인에 의해 다른 결과로 전개될 수 있다. 탄소중립이 기후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해법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기후 완화 정책이 단 몇 년만 늦어져도 이러한 위험은 비선형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를 탄소중립 무용론의 근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다만 탄소중립의 효과를 과대평가해 정책 달성을 기후 위기의 종결로 오인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평가한다.
최석식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은 통화에서 “탄소중립 이후에도 기후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위험 신호를 관리하는 정책과 과학적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며 “배출을 줄이는 데 성공한 이후에도 기후 시스템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고 예상치 못한 변화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