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기 한경국립대 총장은 “우리 대학을 ‘지역에서 사랑받고 산업 현장이 먼저 찾는 대학’으로 만들 것”이라며 “‘반듯한 혁신’으로 ‘경기 대표 국립대’ 위상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김찬기 한경국립대 총장은 “우리 대학을 ‘지역에서 사랑받고 산업 현장이 먼저 찾는 대학’으로 만들 것”이라며 “‘반듯한 혁신’으로 ‘경기 대표 국립대’ 위상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혁신은 흔히 말하는 ‘칼질’과 늘 붙어 있는 말이어서 항용 구성원의 반발과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상처가 너무 크고 이 상처를 봉합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무자비한 칼질이 이뤄지는 혁신은 단기적 성과는 이뤄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절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 저는 ‘칼질’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조용함’ 속에서 구성원의 마음에 상처를 가장 덜 내는, 제대로 된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통해 우리 대학을 명실상부한 경기 대표 국립대학의 반열에 올려놓겠다.”

지난 1월 30일 한경국립대 제9대 총장으로 임명된 김찬기 총장은 ‘반듯한 혁신’과 ‘따뜻한 공생’을 화두로 던졌다. 김 총장은 대학 내부의 내실을 다지는 ‘플러스 혁신’을 강조하며, 대학이 상아탑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지역 산업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핵심 엔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축분야 탄소중립과 국내 최초의 장애인 사범대학 설립이라는 특성화 전략을 통해 한경국립대만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한편, 안성과 평택을 잇는 긴밀한 지산학(地産學) 협력으로 대학 성장을 이끌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총장은 “지역에서 사랑받고 산업 현장이 먼저 찾는 대학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안성과 평택이라는 팽창하는 산업 벨트의 핵이 되어 경기도민들에게 사랑받고 ‘우리 관내에 정말 좋은 대학이 있다’라는 평가를 받는 대학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유치와 분산 캠퍼스 전략을 통해 지역 사회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고, 교수진의 연구 역량을 지역 발전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지역에서 사랑받고 산업 현장이 먼저 찾는 대학’을 꿈꾸는 김찬기 총장의 비전은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 국립대 혁신의 새로운 이정표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달 17일 경기도 안성시에 소재한 한경국립대에서 김 총장을 만나 신임총장으로서의 비전과 각오 그리고 대학이 당면한 현안과 위기 극복을 위한 해결책 등을 들어봤다.   

- 제9대 총장으로 취임하며 ‘반듯한 혁신대학, 경기 대표 국립대학’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총장께서 생각하시는 ‘반듯함’과 ‘혁신’의 조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
“‘경기 대표 국립대학’은 우리 대학의 오랜 슬로건이다. 제가 더 새로운 의미를 보태거나, 더더욱 뺄 수 있는 어구도 아니다. 산업대학에서 일반 국립대학으로 전환된 이래로 우리 대학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웅숭깊게 터를 잡은 앵커 같은 구호이다. 그런데 경기도 대표 국립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은 무릇 끊임없는 ‘혁신’의 과정이 지속될 때 그 위상이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다만, 그 혁신도 ‘반듯함’과 유리된, 곧 비지성적·비합리적 방식의 ‘바르지 않은’ 혁신이라면 결코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해 내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얼핏 형용모순과도 같은 이 슬로건의 함의 속에는, 혁신은 하되 ‘바른 방식’의 혁신을 하겠다는 강조의 의미가 내장되어 있다고 하겠다. 더불어 혁신은 하되 대학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공생’하려는 마음을 북돋게 하는 제도적 구안도 갖추겠다는 함의도 들어 있다.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는 교수님들, 그리고 대학 행정에 복무하시는 직원분들과 학생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공생하려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조화롭게 깃들어 있을 때만이 대학의 활력도 넘치고 ‘일’ 중심의 평가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억울한 일로 마음을 다치는 구성원들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 국어국문학 박사 출신으로 인문학적 리더십이 대학을 운영하는 데 어떤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기술 중심의 시대에 총장의 인문학적 커리어가 대학 경영과 구성원 간의 소통 방식에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더할 수 있다고 보나.
“제가 대학원에 진학하여 문학 연구를 하던 1990년대부터 “추격형 성장 모델은 이미 한계에 봉착해 있다”라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그때는 그 말을 주로 경제학이나 공학을 공부하던 친구들로부터 들었고, 저와 같은 인문학을 공부하던 동료들 간에는 “서구 중심의 인문학 연구 방법론에서 벗어나 자생적 연구 방법론을 찾자”는 말이 회자되곤 했다. 사실 다른 두 영역에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던 것이다. 그것이 연구 방법론의 문제였든, 아니면 인적자본 양성 전략의 문제였든 간에 두 담론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어떤 식으로든 ‘모방’에서 ‘창조’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생각의 교집합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던 것 같다.

저는 인문학적 리더십이 성립 가능한 용어인지, 그리고 인문학을 전공한 제게 어떤 차별화된 리더십이 따로 존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구에 30년 넘게 몰두하면서 터득한 생각을 리더십의 영역으로 굳이 환원하여 말하면, 적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사람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상처를 내는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점은 깨달았다. 원래 노동(혹은 혁신)은 상처와 함께 붙어 있는 말이다. 그러니 일하다 보면, 특히 열심히 일하다 보면 필연 상처를 입거나 낼 수밖에 없다. 인문학적 리더십이란 이렇게 일과 상처의 상관관계를 성찰하는 것에서부터 발휘되는 리더십일 텐데, 이러한 리더십이 잘 작동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일로부터 파생된 구성원 상호 간의 적대감부터 우선은 완화될 것이다. 

결국 인문학적 리더십이란 구성원 간의 소통을 가로막는 상호 적대감을 어떤 식으로든 상호 의존감으로 전화시키는 역동적 힘을 내장하고 있는 차별화된 리더십인 셈이다. 아무리 ‘창조적’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모인 공동체(교직원과 학생)라 하더라도 일과 상처의 상호 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도구와 효율만 아는 리더가 공동체 경영의 칼을 쥐고 있다면 그 공동체는 참으로 허약하거나 혹은 위험한 공동체가 되고 말 것이다.”  

- 임기 중 대학 어디서나 AI를 경험하고 활용할 수 있는 AI 캠퍼스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대학 전반을 AI로 전환하는 ‘AI 혁신 모델 대학’ 비전을 천명한 바 있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 구성, 학내 구성원 지원 등 구체적 방안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맞다. 올해 입학식에서 신입생들 앞에서 ‘AI 혁신 모델 대학’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선포식을 통해 저는 △AI 융합인재 모델(AI+X 융합인재 양성) △성공적인 AI 연구자 모델(대학원 중심의 AI 전문인재 육성) △AI Agent 기반 학생성공 모델(입학부터 졸업까지 맞춤형 AI 가이드 제공) △AI Native Organization 모델(행정 프로세스 전반에 AI 탑재) 등 4대 혁신 모델을 기반으로 AI 대전환의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힘을 기른 학생을 배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어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학AI전략위원회를 발족했다. 또한 위원회는 외부 전문가를 위촉해 AX 혁신 모델에서 제시한 분야별 120여 개의 세부 과제를 확정하고, AI 전환을 위한 규정 제정 등을 통해 AI 캠퍼스 구축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밖에도 기존의 DX(디지털 전환)와 IR(대학기관 연구)을 담당해 온 IR센터를 AIR추진단(AIR센터: Office of Artificial Intelligence&Institutional Research)으로 확대 개편해 AI 혁신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강화하는 AI 기반 캠퍼스 3차 고도화 작업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 대학은 2022년부터 AI 캠퍼스 고도화 작업을 4년에 걸쳐 구축해 오면서 전국의 여러 대학과 그 성과를 공유해왔다. 우리 대학의 모든 성과 관리를 맡고 있는 AIR 센터 3차 고도화 작업이 완성되는 2028학년도부터는 대학 어디서나 AI를 경험하고 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 캠퍼스가 완성될 것이다.” 

김찬기 총장이 한경국립대가 마주한 현안 중 하나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유치 추진’을 꼽으며, 국립의전원 유치 명분·타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김찬기 총장이 한경국립대가 마주한 현안 중 하나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유치 추진’을 꼽으며, 국립의전원 유치 명분·타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한경국립대가 마주한 가장 중요한 현안은. 
“공공의대 설립은 우리 대학이 마주한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다. 우리 대학은 2024년 8월 16일 윤종군 국회의원이 ‘한경국립대 공공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2025년 5월 27일 경기도 공공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경기도 공공의대 범도민 추진위원회 사무실’도 개소해 국가의 공공의료 복무 의사 양성체계 확립에 일익을 맡기 위해 지역 및 학교가 혼연일체가 되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 대학이 공공의료의 중책을 맡으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국가의 공공의료 복무 의사 양성에 필요한 최적의 교육 및 실습 기반, 설립 소재지로서의 중립성 확보, 국립의전원 설립의 취지에 부합하는 여러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 경기도 내 유일의 국립대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에 2030년 설립 예정인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안이 관련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 안에 따르면 국립의전원에서 양성되는 공공의무복무의사는 전국 권역에서 필수의료(응급의학과, 산부인과, 감염병내과, 청소년소아과 등)에 종사하면서 국가의 공공의료를 담당할 인력이다. 이는 현재 기존 의과대학에 입학 인원을 증원해 양성하기로 한 지역의사 양성 체계와는 다른 방식의 공공의료 인력 양성체계다. 

요컨대 4년제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의전원 체제이므로 무엇보다 교육·실습 병원으로의 활용 타당성이 높은 7개의 지역의료원 및 2개의 군병원이 소재한 경기도 소재 국립대학인 우리 대학에 국립의전원을 설립해야 한다. 이는 양질의 공공의무복무의사 인력을 양성하고, 이어 배출된 의료 인력을 전국 권역에서 활동하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장 타당한 안이라고 판단된다. 

이와 더불어 2030년 국립순천대와 국립목포대가 통합되면서 국립 의과대학이 신설 예정인 점을 헤아려 보면, 이제 전국 광역 지자체에 국립의과대학이 없는 지자체는 경기도가 유일하게 됐다. 이에 1400만 경기도 도민의 숙원도 숙원이거니와, 무엇보다도 국립의전원 설립의 최적지인 경기도, 더불어 경기도 유일의 국립대학인 우리 대학에 국립의전원이 설립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막대한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실습 병원을 신설하지 않고도 기존의 훌륭한 교육·실습 병원을 확보하고 있는 측면, 전국에서 필수 의료 수요가 가장 방대하게 분포되어 있는 경기도 남북부의 열악한 의료 현실, 이와 함께 국립의전원 설립의 소재지적 중립성까지 두루 확보하고 있는 경기도 유일의 일반 국립대학인 우리 대학에 국립의전원을 설립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유익하고 타당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환기하고자 한다. 

이에 우리 대학은 앞으로도 국립의전원 설립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유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등 제반 활동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 지역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 사회의 성장 도모를 강조하고 있는데, 부연해 주신다면.  
“지역사회 연계 사업 추진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한 매우 중차대한 과제이다. 지역의 문제를 사려 깊게 바라다보지 않으면 국가의 경쟁력 자체가 가히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락할 것이라는 예견이 나온 지 이미 오래다. 여러 해법이 있을 것이다. 딱 한 가지만 소개해 보겠다. 제가 총장이 되기 전에 소속되었던 전공의 학생들이 가고자 하는 취업처는 거의 다 서울에 소재한다는 소재지적 특징이 있다. 4년간 열심히 준비해서 서울에 있는 회사에 들어간 학생들이 종종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급여 수준은 높은데, 주택 구입비와 생활비를 제외하고 나면 한 달에 50~70만 원도 저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한 10년 정도 힘겹게 견뎌도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면 결혼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에 안성과 평택의 우량 기업에 입사한 학생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특히 안성과 평택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은 더 다르다. 수익의 대부분을 저축할 수 있고, 자립의 여건도 5년 내외로 짧아진다.

매년 안성 소재 고등학교에서 배출되는 졸업생이 1500명 정도 된다. 이들 학생 중 10%만 지역에 정주시키고, 그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 2명을 둔다고 가정하면 10년 안으로 6000명 정도의 인구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명의 정주 인구가 유발하는 경제 유발 효과가 관광객 700명이 유발하는 경제 효과와 엇비슷하다는 통계도 있다. 

저는 임용된 다음 날 바로 시청과 의회를 방문해 안성에서 가장 튼실한 기업과 우리 대학이 지역 연계형 계약학과를 개설할 수 있도록 전폭적 지원을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안성과 평택에서 나고 자라고, 지역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계약학과(학비 4년 전액 지원)에 입학할 수 있는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기업에 꼭 필요한 인재를 기업과 협업해 교육하고, 학생들을 해당 기업에 그대로 취업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 지역에 정주하는 지역 인재를 양성하게 되면 대학과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학내 우수한 교수진이 지역 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될 것이다. 우리 공과대학에는 우수한 연구자들이 많지만, 정작 안성 내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소부장 기업들과의 매칭은 부족했다. 기업은 대학을 모르고, 대학은 기업의 필요를 모르는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저는 교수들이 기업에 가서 연구하고, 기업의 연구자들이 대학에서 학생들과 협업하는 지산학 체계의 현실적 밀도가 고도화되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지역 기업과 대학이 협업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들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지역 기업과 협업하여 성과를 낸 교수와 대학과 협업하여 성과를 낸 기업의 연구자들이 각각의 기관에서 복수의 인센티브(5억, 10억의 급여)를 받는 파격적인 지원 대책이 제도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지역의 기업과 대학의 연구 인력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지산학 체계가 비로소 뿌리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찬기 총장이 지역 기업과 대학의 협력 체제 구축 방안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김찬기 총장이 지역 기업과 대학의 협력 체제 구축 방안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기업과 대학의 협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향후 긴밀화, 고도화를 위해 따로 구상하고 계신 부분도 들려주시면 좋겠다. 
“현재 우리 대학은 1500여 개의 가족회사와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역의 다양한 기업들과 가족회사로 연결되어 상호 인프라를 교환하고, 시제품 제작 및 마케팅 지원사업 등의 연계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현재 선취업 후진학 계약학과를 개설해 관내 반도체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업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해 산학연 협력 클러스터를 더 활발하게 조직하고, 산학 공동 연구 프로젝트 및 기업 수요 기반 연구과제 발굴, 산업 수요 기반의 교육과정 개발 등 산학협력의 성공적인 모델들을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특히 기업과 대학이 협업해 더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해 내려면, 지금의 기업-대학의 협업 체계가 더 긴밀화, 고도화되려면 최고의 연구 자원들(교수와 회사의 구성원)이 학교와 기업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안성의 많은 우량 기업들에 종사하는 연구원들과 우리 대학의 연구 인력들이 서로를 잘 모른다. 기업이 무슨 연구를 하고 있고, 대학이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지역의 최고 연구 인력은 교수들이다. 교수들이 기업에 가서 일주에 2~3일간 상주하면서 기업의 연구원들과 함께 협업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최고 연구원이 대학에 와서 2~3일간 상주하면서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과 함께 연구도 하고 교육활동에도 임해야 한다. 그리고 협업 체제를 구축한 기업의 연구원과 대학의 교수들은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각각의 기관으로부터 파격적 인센티브를 동시에 받아야 한다. 그래야 생산적 창업 생태계도 제대로 구축되고, 교육과 연구의 생산성도 배가된다. 공과대학의 교수가 대형 병원의 의사가 받는 급여를 받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좀 더 나아가면 국립대학의 공과대학이나 농과대학은 독립법인이 되어 활동의 자유도가 더 높아져야 한다. 정부와 협의해서 우리 대학에 딱 맞는 이러한 협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초적 토대를 제 임기 중에 마련하고 싶다.”         

-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학생들이 선택하는 대학’이 되기 위해 가장 우선 순위에 둬야하는 가치와 교육 정책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참으로 넓은 의미역을 담고 있는 말이긴 한데, 그래도 좀 더 좁혀 설명해보면, 우선 ‘교육 패러다임 전환기’에 걸맞은 인재상을 구현하는 교육 가치 및 정책으로 무장된 대학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주지하다시피 요즘은 모든 정보가 다 노출이 되는 시대다. 우리보다 더 학생들이 먼저 교원들의 경쟁력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교육·연구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영입해, 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 왜냐하면 그 결과가 고스란히 학생 취업은 물론 학교 만족도 상승이라는 선순환 구조 창출로 그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초광역 단위의 대학들, 그리고 지역의 우량 기업들과 연합 네트워크를 결성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교육·연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제 기업과 대학의 경계가 이미 무너졌고, 그 무너진 자리에 기업과 대학이 함께 서서 새로운 미래 영토를 개척해야 한다. 두 집단이 보유하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서로 공유한 가운데 다른 기업과 대학이 창출해 내지 못하는 차별화된 생산 가치들을 창출해 내고, 그 과실을 고스란히 협업 주체(기업의 협업 연구자와 대학의 연구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대학과의 협업이 기업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협업을 하자고 말할 수 있겠나.”  

- 한경국립대는 스마트 농업, 재활복지와 장애인 교육에 특화되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평가를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무엇보다 축적된 특성화 역사에서 기인하는 바가 가장 크다. 우리 대학은 설립 자체가 농업 특성화 대학으로 출발했고,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적절한 교육 과정의 변화 및 교수들의 열정이 더해져 농학 특성화 대학의 위상을 차근차근 확보해 나갔다. 스마트팜에로의 진화, 탄소중립, AI를 접목한 최고농업경영인 과정 등을 운영하며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등 국제적 농업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게 주효했다고 본다. 특히 스마트팜 장비를 활용해 기초 재배에서 유통·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경험하는 ‘경기창업준비농장(창농팜)’ 사업을 통해 도시민·청년의 귀농·창농과 관련한 체계적 지원 등으로 농학 분야의 내실을 기해왔기 때문에 얻게 된 평가라고 생각한다.

한편, 2023년에 이뤄진 평택 소재의 한국복지대와의 통합을 통해 장애인 고등교육 거점대학으로 그 위상을 확고히 하게 됐고, 통합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무장애 캠퍼스를 구축하는 등 장애학생 맞춤형 교육 환경개선에 노력을 기울인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차별 없이 서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창업경진대회, 해외 인턴십 등 다양한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장애인 고등교육 기관으로서의 내실을 더욱 다져왔다. 이로 인해 우리 대학은 장애인 교육 특성화 대학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 대학 최초로 ‘장애인 사범대학’ 신설을 추진하고자 한다. 장애인 학생들도 바리스타나 제빵 분야를 넘어 교수나 학교 교사가 되고 싶어 한다.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장애인 고등교육 특화 전략을 통해 우리가 파고들 여지를 확실히 만들겠다.”   

- 현재 대학들은 재정적 어려움과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한경국립대를 비롯한 국가중심 국·공립대 입장에선 거점국립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보니,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어떠한 복안을 갖고 계신지 궁금하다. 
“총장에 임명되기 전 7개월 동안 주로 우리 대학의 재정 상황 및 향후 재원 확보 방안을 주로 탐색하고 고민했다. 고민의 결과는 의외로 생각보다 더 빨리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평택과 안성 두 캠퍼스마다 뚜렷한 색깔을 부여함과 동시에 이와 관계된 특화 전공을 4년 내내 집중 지원하자는 구상을 세웠다. 특히 지역 밀착형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우량 기업과 가장 최적화된 협업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연구 역량을 가진 교수들을 발굴·영입하여 4년 내내 집중적 지원을 하고자 한다. 

문제는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긴요한 재정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늘 따라다닌다. 국립대육성사업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연구 및 프로젝트 생산 능력이 있는 교수들에게 극단적 이익을 돌려드려 ‘신명나게 일하고 행복하게 보상받는’ 교육 연구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다. 

한 가지만 소개해 드리자면, 연구 성과와 프로젝트 생산성이 10% 내에 있는 교수들에게는 그 경제적 보상뿐만 아니라, 강의 시수를 극단적으로 감면(주당 3시간)하고, 또한 강의 학기의 자유도도 확대해 학기 중 8주 및 12주 이내로 3학점 교육을 완료한다면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연구·프로젝트에 몰입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또한 연구·프로젝트 마일리지가 풍부하게 쌓인 교수들에게는 ‘연구·프로젝트 마일리지(가칭)’ 제도를 신설해 3년 단위로 강의를 하지 않고 1년 내내 연구와 프로젝트만 수행하게 할 계획이다.

현재 답보 상태인 국제화 프로그램을 대폭 활성화해 외국인 유학생 교육 영역도 집중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향후 10년 안에 서울권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학의 학생 구성은 자국인 학생 60%, 외국인 학생이 40% 내외로 구성될 것이다. 이제 좋은 외국인 유학생을 잘 유치하고 그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함은 당위적 과제가 됐다. 우리 대학의 교수님 중에는 베트남 하노이 공대 등에서 최고급 수재들을 스카우트해 연구 성과를 내고 창업까지 이뤄낸 사례가 있다. 이처럼 우수한 외국인 인재가 우리 대학의 연구실과 지역 기업 실험실에서 함께 근무하며 창업 실적까지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 ‘한경국립대’로 통합 출범한 지 3년이 조금 지났다. 통합 이후 ‘국립대학의 사회적 책무’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신임 총장으로서 이러한 책무를 어떻게 실현해 나갈 계획인가.
“우리 대학이 국립대학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함은 당위적 임무다. 무엇보다도 국가 발전의 근간이 되는 기초 및 보호 학문을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 사다리 역할을 수행하며, 공동체의 사회적 안전망 형성을 위해 사회공헌 활동도 지금보다 더 사려 깊게 실천할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와 함께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교육 및 연구 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디딤돌 위에서 공유와 협업에 기초한 생산적 가치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어 지역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와 사랑을 받는 따뜻한 공생의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겠다. 요컨대 지역, 국가, 인류적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꼭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한 기반(교육 과정 일신, 재정 확충 등)을 탄탄하게 구축해 경기도 대표 국립대학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대학으로 거듭 나고자 한다.” 

- 2030년 임기를 마칠 때, 한경국립대가 지역에서 어떤 위상을 가진 대학으로 평가받기를 원하나. 구성원들에게 어떤 리더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마지막 포부를 듣고 싶다.
“한경국립대가 명실상부 경기 대표 국립대학이라는 평가를 더 온당하게 받고 싶고, 구성원들에게는 한 발짝 더 나아간 ‘반듯한 혁신’과 ‘따뜻한 공생’의 배움터를 만들고자 노력했던 총장으로 기억해줬으면 한다.” 

김찬기 한경국립대 총장(오른쪽)이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과 국립대의 사회적 책무와 역할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김찬기 총장은…
국어국문학자이자 소설가로, 학문과 대학 행정을 두루 경험한 교육자다. 김 총장은 고려대 국어국문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내에서는 교무처장, 행정본부장 및 총괄학부장, 교수학습지원센터장, 방송국 및 신문사 주간 등을 역임하며 대학 행정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대외적으로는 한국현대소설학회 회장, 우리어문학회 회장, 국제어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으며, 심훈선생기념사업회 부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한국대학신문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김준환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